Movie Achive
Trois Couleurs: Rouge
라 마르시아
2015. 6. 17. 12:19
세가지 색: 레드.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는 나는 상당히 어릴 적이었다. 그것도 영화를 이야기 하다가 접한 것도 아니고 프랑스의 국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접하게 되었었다. 삼색기를 구성하는 세가지 색깔마다 들어간 의미는 자유, 평등, 박애였는데,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이 영화가 포함된 세가지 색 시리즈를 함께 이야기했는데. 그 영화들은 자유, 평등, 박애를 각각 하나씩 주제로 삼아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이야기였다.
여기까지는 이 영화를 접했을 때의 내가 들었던 말이다. 그리고 그 당시만 해도 나는 이 소리가 뭔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내가 이 영화를 직접 보게되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게 박애란 무슨 상관이지?' 였다. 박애라. 내가 아는 박애라는 단어는 사실 사전에서나 찾아보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하는 것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자유, 평등까지는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데, 박애에서 나는 도무지 모르겠소이다였다.
무척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는 걸작이었다. 그리고 묘하게 재미난 영화였다. 더 나이가 들어서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나는 박애에 대해서 아주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내 생각에 느낄 수 있었던거 같다는 말이다.
이렌느 야곱이 연기한 발렌틴이 보여주는 모습은 사실 내게 흥미로운 것이었다. 저런 사람이 실제로 있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 그녀가 장 루이 트렌티냥이 연기한 노판사에게 보여주는 다정함. 아니 단순히 다정함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더 많은 것들. (사실은 그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지나가던 개를 돌봐서 주인을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다정하다고 생각될텐데, 그것을 넘어서 모르는 이에게 자신이 느끼는 마음과 온전한 위로를 그대로 내어주는 사람을 단지 다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발렌틴은 노판사를 불쌍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그저 그를 바라보고 그를 조금씩 이해해가는 듯 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그녀의 손이 노판사를 다독거리는 것처럼. 그리고 그런 그녀의 보이지 않는 다독거림을 통해서 스스로에게 좌절감을 느껴서 무너져있던 노판사는 자기 자신을 다시금 추스린다. 앞서 말했듯이 발렌틴은 노판사를 억지로 위로하거나 끌어안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보이지 않는 손길을 뻗어서 그를 다독거릴 뿐이다. 언제든 내 손길이 당신 곁에 있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이해하려고 하고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기꺼이 손을 내밀고 그 손길을 보듬어주면서 상대방에게 감사와 또다른 온기를 내미는 그 모습들에게서 나는 형용할 수는 없지만 묘하게 박애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주 약간 느낄 수 있었던 듯 하다. 아마 그렇지 않을까?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