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ibe
트라이브.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관심이 갔던 영화이다. 영화 마케팅에서 대사도, 자막고, 음악도 없는 영화라는 것을 강조했기 때문인데. (사실은 그거보다는 그림으로 처리된 남자주인공의 뒷모습을 넣은 포스터에 더 관심이 갔다.) 사실 이 부분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물론 이 영화의 핵심이긴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까.
미로슬래브 슬래보스피스키.
아. 러시아 사람인줄 알았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이 감독은 단편 영화를 찍어오다가 이번이 첫번째 장편영화이다. 첫 장편부터 굉장히 임펙트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었다.
영화 속 배경은 농아 기숙학교이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귀가 안 들리기 때문에 당연히 모두 수화로만 대화가 진행되고, 그걸 자막화 하지 않은 덕분에 보는 이들이 괴로워한다. 나 또한 보면서 머리가 아득해지고, ‘아 이게 무슨 말들일까. 수화를 배워서 다시 봐야 하나.’ 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영화 속 주인공은 이 학교에 전학온다. 전학오자마자 이 학교를 주름잡는 조직 Tribe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의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간부급 행동대원으로 있게 된다. 여기까지는 그냥 단순한 폭력 학원물인데, 이 다음부터 조금씩 더 불편해진다. 이 조직의 두목은 역시 학생인데, 그는 학교의 기술과목 교사와 함께 매매춘을 주도한다. 자신의 조직 휘하의 여학생 두명(둘 중 하나는 두목의 여자친구)를 매일 밤마다 트럭들이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보내서 매매춘을 시킨다. 물론 여자애들도 그것을 자발적으로 한다.
모든 문제는 한가지가 어긋나면서부터 시작되고, 그 어긋남 덕분에 차례대로 잘못 끼워지면서 더 커진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원래 매매춘을 주도했던 행동대원이 차 사고로 사망한다. 이 장면도 상당히 놀라운데, 뭐 그건 직접 보면 되겠다. 그래서 그 일을 맡을 이가 필요한데, 주인공이 그걸 자원한다. 문제는 주인공이 두목의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것으로 인해서 파국으로 향하게 된다.
인상적인 장면은 엔딩씬이다. 아주 조용히 고요하게 그리고 평온하게 진행되는 이 엔딩씬이 없었다면, 나는 이 영화를 그냥 적당히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엔딩씬은 소름끼치게 멋스러웠고, 나는 그 앞에서 있었던 자막도 대사도 음악도 없는 수단의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었다.
폭력의 극대화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 이 보다 더한 영화가 더 많기에.
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