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from U.N.C.L.E.
맨 프롬 엉클.
두 명의 남자 첩보원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비쥬얼 적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클래식한 느낌을 주지만, 묘하게 깔려있는 웃음 요소들이 이전에 흥행한 <킹스맨 : 더 시크릿 서비스>와 비슷한 느낌도 준다.
제목만 봐도 감독이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려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The Man from U.N.C.L.E.
물론 U.N.C.L.E.이라는 부분이 어떠한 길고 휘황찬란한 단어들의 나열을 줄였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대로 읽어버리면 엉클(Uncle)이라는 발음이 되어버린다.
아저씨와 그 남자.
<아저씨>의 원빈처럼 과묵하고 내내 절망감에 허우적거리는 특수요원이 나오는 걸까?
그런 건 이미 첩보물의 새로운 액션 장르를 개척해버린 본 시리즈에서 지겹도록 나온 것인데?
하지만 영어 제목을 보다보면 이것은 감독이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의지가 다분히 보이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니, 사실은 모른다. 무슨 의미인지 제목만 보고 어찌 알겠는가. 영화도 보고 나서 보면 알 수 있다.
남자 주인공들의 하악 거릴 정도로 매력적인 케미는 일단 뒤로 제쳐두고, 둘이 비쥬얼적으로 너무 멋진 바람에 부러워서 그런거 아니고, 여자 주인공을 이야기 해보자.
무슨 올림푸스의 신 마냥 배경에 커다랗게 나오는 그녀가 바로 여자 주인공이다. 가비 역의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여자 주인공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남자 주인공들의 압도적인 비중을 그대로 받아서 되치기도 시전하는 이는 바로 빅토리아 역의 엘리자베스 데비키이다. 그녀야 말로 이런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배역인 악당이다. 최종보스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녀가 영화 속에 대단히 잘 들어맞았다고 생각한다. 그냥 가만히 서서 웃을듯 말듯 한 입꼬리로 정면을 응시하기만 해도 아주 매력적인 악당의 느낌이 좔좔 흐른다. 그녀가 엄청난 매력을 발산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두 남자 주인공과 대척점을 세우지 못 했을 것이다. 아무리 멋진 히어로가 있어도 그에 준할 정도로 강렬한 매력을 주는 빌런이 없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시시한 땅야땅야 총질만 하는 영화가 될테지...
빅토리아 외에도 가비 역시 중요한 캐릭터이다. 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녀는 두 남자 주인공의 가교 역할이자, 이야기의 핵심스토리를 유지하는 존재이다. 압도적인 인상을 주는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빅토리아보다는 비중이 작다고 할 수 있지만, 그녀는 이 영화 속에서 도드라지고 매우 중요한 이다. 그녀가 없다면 두 남자 주인공들의 티격태격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묘사될 수 없었을 터고, 향후(속편들이 나온다는 가정 하에, 물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듯 하다.) 엉클의 핵심 인물이 될 웨이벌리의 등장도 애매하게 들이댈 수 밖에 없었을테지.
나폴레옹 솔로와 일리야 역을 소화한 아주 멋진 두 남자 배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면...
귀찮으니 하지 않기로.
아. 이 영화는 아이맥스로 보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할 사항도 아니니... 아이맥스 신자가 아니라면 안 그래도 될 듯 하다. 보면 좋고 안 봐도 괜찮다는 소리.
가이 리치 씨는 이 영화를 시리즈로 만들고 싶나보지만, 불가능할거 같다. 포기하면 편해요.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