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Achive

Manglehorn

라 마르시아 2015. 6. 19. 11:52




맹글혼.

오오. 알 파치노.

그의 연기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세월을 얹었을 뿐.

알 파치노가 연기한 맹글혼은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공이다. 영화 속에서 그가 서 있는 가게 뒤편에 압도적으로 펼쳐진 열쇠들은 마치 그가 <매트릭스 2>의 키메이커처럼 모든 문을 열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는 열쇠를 잃어버려서 자신의 금고를 열지 못한다. 그 열쇠는 그가 키우는 고양이의 위 속에 존재하고. 아하하. 이 무슨 모순이라니!! 그는 열쇠가 없어서 열지 못 하는 걸까? 열쇠가 없다고 열지 않는 걸까?

나는 그가 키우는 고양이라는 존재가 사실 그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마음이 생명을 얻으면 그가 키우는 고양이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 그리고 그가 열지 못하는 아니 열지 않으려고 했던 금고는 그의 미련이 가득 담긴 옛 기억들이라고 생각했고. (물론 이것은 내 생각일 뿐이다.)

하여간 처참하고 무기력한 맹글혼의 삶은 문제도 많고 탈도 많다. 그리고 유일하게 잘 챙기고 그가 곁에 두는 소중한 존재인 고양이가 아프고 탈이 난다. 그럴테지, 뱃속에 열쇠가 있으니... 고양이가 겨우 죽다 살아나면서 다시 찾은 열쇠는 비로소 맹글혼이 자신의 미련이 가득 담겨서 애써 숨겨둔 금고를 열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이제 다 털어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세.

그가 모든 것을 끄집어 내서 처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지었고, 화이팅을 보내고 싶어졌었다.

4/5